*월사금: 다달이 내던 수업료.
대학에 들어가서야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 시절 우리 반엔 부잣집 아이라곤 동네 작은 호텔 집 딸 하나였고 그 애가 뻐기듯 가져온 호텔 도시락에 들어간 오렌지 조각이 생경했다는 기억 정도. 대학에 와서 엄마를 따라 철마다 명품 핸드백을 바꿔 들고, 가족 여행은 꼭 해외로만 다니는, 별세계에 사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는 우리의 극명하게 다른 현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월사금의 ‘셋째’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은 1930년대의 조그마한 여자애의 가난이 또한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의 가난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많이 개선되어 돈이 없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은 더 공고해지고 있고, 가난에 파묻힌 오늘날의‘셋째’들은 여전히 다음 날을 걱정하며 초조하게 살아나간다.
어린 시절, ‘왜 우리 집은 돈이 없을까?’불쑥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 셋째’의 이야기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때의 나를 만나 위로해 주기 바란다.
강경애 (1906-1944)
1907년 황해도 장연(송화) 출생.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나 궁핍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식민지 시대 모순을 살아낸 경험으로 하층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대변한 작가로, 학생 시절부터 항일투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운동가이기도 했다.
민족적, 계급적, 성적으로 억압되고 모순된 사회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 성찰과 자기 극복을 넘어 시야를 사회 비판으로 확장하여 부조리한 현실을 문학으로 표현했다.
[등단]
<파금>(1931, 조선일보), <어머니와 딸>(1931, 혜성)
[대표작]
<인간문제>(1934)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한 사실주의 장편소설. 궁핍한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의 지난한 삶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식민지 지주계급의 횡포에 맞서 빈농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농촌을 떠나 도시 빈민 노동자가 되어 겪는 깨달음과 좌절을 전형적으로 그려냈다.
그 외 <부자>, <채전>, <소금>, <모자>, <지하촌>, <원고료 이백 원> 등이 있다.